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 석촌호수, 지난해 4월 어느날 >
소년은 선생님께 물어 보았습니다.
"봄이 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길이 없을까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꽃이 피고 제비 떼가 날아오면 그때가 바로 봄이란다."
소년은 선생님께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면 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봄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오는 거란다."
선생님의 말씀이 소년에게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아직은 아무런 꽃도 피지 않았고, 제비 떼도 날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따뜻한 남쪽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소년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년은 한번만 더 선생님께 물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봄은 언제 우리한테 올까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때가 되면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니, 너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다."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배운것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소년은 들판으로 나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들판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소년은 물어 보았습니다.
"봄을 어떻게 좀 만나 볼 수는 없을까요?"
일하는 분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대답 대신 그분은 흙 묻은 손을 소년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아, 그때 소년은 그 손이 움켜쥐고 끌어 당기고 있는 게 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온몸이 조금씩 푸르게 물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 안도현님의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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