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을 돌아보게 하며...
재미있게, 읽으면 빠져드는 ...역시 유명 작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3개의 독립된 중편 소설이면서도, 작가의 자서전적 3부작 + 들소 ...
어쩌면 4권의 소설을 단숨에 읽은 셈 ㅎㅎㅎ.. 잼있다!
3개의 목차(자서전적 3부작) + 소설 "들소" 로 구성.
고교시절 즈음에 해당되는 어린 날의 방황과 외로움을 다룬 <하구河口>
대학시절의 방황과 추억담들을 다룬 <우리 기쁜 젊은 날>
마지막으로 외로움과 허무의 정체를 알아보고자 떠난 여행을 다룬 <그해 겨울>.
그리고 소설 "들소."..
1. 하구
고교 중퇴로 더 일그러진 자신을 보면서 느끼는 초조함과 비애..
" 나는 그 편지에서 우선 목적 없는 내 떠돌이 생활의 쓰라림과 서글픔을 은근히 과장하고,
속절없이 늘어만 가는 나이에 대한 초조와 불안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내 믿음과는 달리 정말로 그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p. 10)
강진에서의 고통스런 생할 가운데, 별장집 남매, 서동호와 그 부친, 모래장에서의 최광탁과 박용칠...
형의 사업과 그 일하는 모습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고..
고통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로서 대학 진학을 꿈꾼다.
2. 우리 기쁜 젊은 날
짦은 대학 생활, 가정교사 자리에 얽매여 힘든 학교 생활...
'하가'와 '김형'이라는 맘 맞는 친구들 만나고...
'모든 것을 아는 바보' 가 되어...그들과 독서 술판 토론...문확회에 들어가고...
"시처럼 힘들이지 않아도 나는 곧잘 합평회의 갈채를 받았고,
때로는 동인지나 교지에까지 실려 처음으로 활자화된 내 글을 보는 감격도 맛보았다.
그때껏 과정으로서의 삶만 살아온 내게는 처음 경험하는 존재의 외부적 승인이었으며,
초라하나마 성취의 희열이었다. (p. 86)
이런 생활도 꼬아보는 시선과 뒤틀린 성격으로 스스로 내치고...
앵벌이 소년과의 만남 ...
'우리 기쁜 젊은 날' 중.. 제목 : '6. 해따리기" 내용..
인생이라는 길에서 지쳐 쓰러져 있던 나에게 물한모금을 나누어 주었던 그 사람은 나에게 말했다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다. 해를 따다 준다면...
그래서 나는 순례의 길을 잠시 접고 그 사람을 위해 해를 찾아 다녔다.
해를 따게 되면 이 나무 아래에 돌아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해를 따기 위해 나는 해따라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수한 노력 끝에 몇개의' 해' 라고 불리는 것들을 손에 넣었고
그 때마다 기쁨에 젖어 그 나무 아래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해라고 믿어 왔던 것은 빈번히 해가 아니었다.
두운 숲속에서 사람들의 열망의 눈빛이 반사되어 더 빛나던 유리구슬이었거나
위선과 허영이 껍질처럼 쌓여있는 보통의 열매, 냉철하고 차가운 이성같은 얼음 덩어리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 해도 얻지 못했고... 그 나무 아래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 살과 뼈는 이미 흙이 되어 흔적도 없어졌지만...
바람에 실려 흙이 덮어버린 내 육신이 잠던 자리에 썩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뜨거워지고 흙에 덮혔지만 조심스럽게 약한 빛을 내 뿜고 있는
끝까지 썩어 사라지지 않고 있던 내 심장!
어느날 그녀가 그 나무 아래에서 그를 찾았을 때는
그것이 해가 되어 하늘높이 날아갔다.
3. 그해 겨울
강원도로 무작정 떠나 '광부'가 되길 했으나 무너지는 갱도를 보고는 그만 두고,
작은 고깃배의 선원이 되고자 했으나 거절당하고...
그렇게 흘러 흘러 여관 겸 술집에서 '방우' 노릇을 하며 타락된 삶의 작태와 실상을 스스로 체득하고
자신이 열렬히 도달하고자 하는 결단에 접근하기 위해 그 집을 나와 무작정 바다로 향한다.
마음 속 비어있는 그 무언가를 그렇게 찾고자....
"절망이야 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었으며 구원이었다". (p. 213)
몇 사람의 길동무도 만나고,
그들과 대화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그리고 드디어 눈덮힌 창수령의 재를 넘으며
눈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발견하고..
바다에 도착해서는 방황에 '혼연한 종말'을 가져다 준 소리를 듣지 못하며
오히려 파도에 휩쓸려 떠오르지 못하는 한 마리의 갈매기를 보는 순간
"위기에 자극된 생명력은 갑작스런 불꽃"처럼 스스로의 의식을 일깨우게 된다.
"절망이란 존재의 끝이 아니고 진정한 출발"이라고 깨닫고
지니고 다니던 유서와 약을 자신의 감상과 함께 바다에 내던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그해 겨울'은 방황의 여로로 그 의미가 집약된다.
4. 들소
등장 : 뱀눈, 위대한 어머니, 붉은 노을, 신비의 동굴, 초원의 꽃, 산나리...등
1879년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배경(신/구석시 시대 생활)으로 쓴 소설.
씨족 사회에서 부족 사회로 발전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권력 형성의 모습과 그 안에서 견디지 못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면밀하게 조망.
신석기 시대의 어느 혈족, 주인공인 `그`는
성년식을 맞아 들소 사냥을 나서고
유년 시절부터 유달리 사냥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뱀눈의 사냥 계획에 따라
들소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소를 겁내는 자`라는 치욕스런 이름을 얻게 된다.
이후 `손의 동굴`로 보내지고, 사냥 대신 사냥용 창과 화살에 무늬를 새기는 장인으로 일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속이며,
인격을 무시하는 권력자(뱀눈)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위해서 일신의 안락함을 버리는
예술가(주인공인 `그`)의 고매한 정신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내용.
'권력과 사유 재산은 어떻게 생겼을까?',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
< 책 내용 중..>
사랑을 사랑답게 하려면
첫째 말을 절약하고 다음에는 우정 비숫한 분위기가 되는 것은 경계하라는 점이다.
말의 역할이 지나치면 사랑은 관념적이 되고
반드시 피로와 혼란이 오게 되며 우정 비숫한 분위기도 그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실속있게 만드는 연애감정을 해치게 된다.
그대와 내가 사랑을 한게 아니라 손목 한번 제대로 못 잡으면서도
요란스럽기만 한 사랑놀이로만 그치게 된데에도 그 두가지는 분명 원인이 되었다"(135쪽)
'보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것
더욱 큰 가치를 붙들기 위해 이미 접근해 있는 모든 가치로부터 떠날 것
미래의 더 큰 사랑을 위해 현재의 자질구레한 애착에서 용감하게 벗어날 것"
출발에 즈음하여 새로 마련한 두툼한 수첩의 맨 앞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187쪽)
"절망이야 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214쪽)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되어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의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그 바닷가이 바위에 기대 한동안 울었던 기억이 난다(235쪽)
진실로 예술적인 영혼은 아름다움에 대한 철저한 절망 위에 기초한다고.
그가 위대한 것은 그가 아름다움을 창조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도전하고 피흘린 정신 때문이라고(236쪽)
그녀는 다만 한 마리의 암컷일 뿐이야 자기의 욕망과 이익에 충실한.
세상의 어떤 여인도 너의 환상을 채워 줄 수는 없어...(278쪽)
당신이 나와 다른 소를 쫒고 있고. 그 소는 아마 이 세상에선 잡히지 않으리라는 걸
그래서 당신의 인생은 쓸쓸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걸.
내가 피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런 당신의 운명이었어요(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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