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최인호, 1945년 서울 태생, 카톨릭
사진- 백종화, 1963년생
‘인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
소설가 최인호는 43편의 글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만들고 지탱해준 인연들을 소개한다.
일상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인연들과의 에피소드와
인연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성찰까지 모두 하나로 담아내 펼쳐낸다.
소박함과 잔잔함,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사진들이 함께...
'사랑이란 있는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용기가 아닐까?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 아닌가요.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들이 많이 있고
그의 삶과 함께 한 인연 속에서 한사람의 '인생'을 물흘러가듯 읽을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저자 자신의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는 경험담과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과 따스함을 전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나’를 위해 울고 있을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전한다.
< 책 내용 중...>
사람은 늙어 가면서 추억의 속도로 부푼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웬일인지 어린 날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23쪽)
기쁨과 행복은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는 것에 있다.
하느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 마음의 뜨락 어딘가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에 향기 좋은 모과가 자라도록 물 주어 기르고 잇다.
.....모과 나무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 가까이 갔지만 그것을 발견치 못했다.
보지 않으면 그것은 무 (無) 그 자체였다.,
보지 않으면 모과 나무는 없고, 그 향기는 더더욱 없다.
쓸데없는 욕망에 눈이 어두었으므로 나무를 보았으되 나무로 보지 않고 하나의 형상으로만 보았다.
내가 보았으므로 그리고 느꼈으므로 그 열매는 모과로 내 곁에 왔으며 그 향기는 내 곁으로 풍겨온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 아니겠는가.(38쪽)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없다.(50쪽)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 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52쪽)
모든 천사들도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모든 악마들도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예수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도 그는 내 곁에 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며
부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바로 우리 이웃들의 얼굴에, 함께 부대끼며 이 복잡한 속세 지옥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깨 위에
천사는 언제든지 그 날개를 접고 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조금 마음을 열어 우리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날개를 지닌 천사가 될 것이다. (73쪽)
허공에 뱉은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는 아무리 가벼운 죄라 할지라도 그대로 소멸되어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대로 씨앗이 되어
민들레꽃이 되어 날아갑니다.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들은 나쁜 결과를 맺고 악의 꽃을 피웁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샘을 이루고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생명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격을 낳으며 성격은 운명을 낳습니다.
우리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84쪽)
시중에 '손자가 올 때는 반갑지만 막상 갈 때는 더더욱 반갑다' 는 우스갯말이 돌아다니듯
손자를 봐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임을 실제로 겪어보니....(105쪽)
사랑은 지금 당신 곁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 속에 있다.
그 사람의 환한 미소 속에 있다. (122쪽)
우리가 살았던 고향의 풍경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오래전 우리들 마음속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사람이 이사를 하면 그 사람이 살았던 풍경들도 그 사람을 따라 이사를 간다.
모름지기 풍경과의 인연이 모두 그러하다. (300쪽)
나는 자식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겨야 할 것인가.
그건 무슨 무슨 돈을 어떻게 나누어 준다는 사실 이전에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전해줘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오랜 세월 그들의 가슴에서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언어로 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유언의 진정한 의미다. (306쪽)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를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308쪽)
* "우리가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일으켜 주지 않는다"
중 2때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 형이 작가에게 한 말
"어쩌면 겸손이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남보다 자기를 낮추는 것은 결코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위선이다.
남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낮추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것은
마치 한 표를 얻기 위해서 허리를 굽실거리는 정치꾼과 같은 것이다.......
겸손이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일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자기 모습을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미화시키거나 변명하지도 않는 모습을
나무처럼,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모습이야말로 겸손이 아닐까."
"겸손은 겸손이 없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다."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용기가 아닐까?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아닐 것인가.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선 겸손해야 하고 우리가 겸손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이 그만큼 깊은 사람은 그 낮은 밑바닥 때문에 채워지는 사랑의 부피도 커질 것이다.
사랑은 밑바닥에서 차오를 때 가장 웅숭깊은 우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유일한 길이 될 터이다."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그건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의 인연들을 숱하게 만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이 우리 생에 정말 중요한 인연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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