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생각하게 하는 글

수작(酬酌), 짐작(斟酌), 참작(參酌)

쥬 니 2013. 12. 27. 09:03



    

                                           


  

Pablo de Sarasate

 



 

수작(酬酌), 짐작(斟酌), 참작(參酌)


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요즘 같지 않던 시절

산 넘고 물 건너 수십리 길을 마다 않고 걸어온

오랜 벗이 얼마나 반가웠으랴!



그리던 벗과 함께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을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주니 정말 고맙네,

이 술 한잔 받으시게."

주인이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이토록 반갑게 맞이 해 주니 정말 고맙네.

그 동안 어떻게 지내 셨는가?” 하며

다시 잔을 되돌려 따라 준다.



이것을 수작(酬酌) 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들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 앉았다.

"주모 여기 술 한 병 주게.

” 연지분 냄새를 풍기며 주모가 주안상을 가져다 놓는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하실런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요즘 같으면 성추행으로 난리가 나겠지만……)

“허튼 수작(酬酌) 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것이다.

주모의 말은 ‘친한 척 하지마라’
‘너 하고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로 된 병에 술이 담기면 그의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짐작(斟酌)을 한다

‘병을 이 정도로 기울어서 요만큼 힘을 주면……’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르는 것이다.



짐(斟) 은‘주저하다’ ‘머뭇거리다’라 는 뜻이 있다.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쳐서 헤아리는 것이다.



 

 

 



무슨 일에 앞서서는

먼저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작정(酌定)을 해야 한다.

작정(酌定)은 술 따르는 양(酌量)을 정하는 것이다.

무작정(無酌定)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술자리에서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가장 무례한 짓이다.



동산에 뜬 보름달이 서녘에 지고

은하수 별들이 제 빛을 잃을 때 까지 세상사 얘깃거리로

밤 새워 술을 마시고 싶지만

모처럼 찾아온 벗이 천성적으로 술이 약한지라

자칫 먼저 취해 곯아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아뿔싸 낭패로다.



그래서 주인은 참작(參酌)을 한다.

제 잔은 가득 받고 벗에겐 반만 따라 주는 것이다.

그래야 둘이 같은 정도로 취해 기분 좋은 자리를 오래할 수 있으니...



도둑질을 한 머슴이 잡혀왔다.

관리가 들어 보니 사정이 딱했다.

“네가 비록 곡식을 훔쳤으나 가뭄에 흉년이라

품팔이하려고 해도 마땅한 일이 없고

병든 노모를 모시고 먹을 것이 없어

부득이 한 짓이니 죄값은 몇 달의 옥살이에 해당하나

정상(情狀)을 참작(參酌)하여 곤장 10대를 벌하노라!”



참작(參酌)은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리어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수작/짐작/참작..헤아리는 연말연시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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