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1

(시)푸르른 날/그리움에 지치거든 외 다수

쥬 니 2014. 5. 27. 09:11

 

  

 

 

 

 

섬세하고 로맨틱한 클래식 모음
 

 

 마스네 / 타이스의 명상
챠이코프스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드보르작 / 유모레스크
토셀리 / 세레나데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루스티카나 간주곡
와이만 / 은파
드비쉬 / 월광

 

베에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챨리채플린 / 라임라이트
오펜바하 / 호프만의 뱃노래
베토벤소나타 / 월광
멘델스존 / 바이올린협주곡
 
 

 

*    *    *

 

 

 2014. 5.4...보성 녹차밭(가족 여행에서...)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 *

 

 
글....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바닷가에서

사는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막막하고 어둡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먼 그대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이별의 뒤안길에서
촉촉히 옷섶을 적시는 이슬,

강물은
흰 구름을 우러르며 산다.
만날 수 없는 갈림길에서
온몸으로 우는 울음.

바다는
하늘을 우러르며 산다.
솟구치는 목숨을 끌어안고
밤새 뒹구는 육신,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리움에 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별 하는 두고,


이룰 수 없는 거리에
흰 구름 하나 두고,,,,

 

 

 

 

 



 

 

 

그릇 1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당신의 말씀


장미가 그의 색깔이 감옥이듯,
백합이 그의 향기가 감옥이듯,
말은
나의 감옥입니다.
소리로 쌓아올린 벽,
그 분절된 의미의 방 안에서
내다보는
창,

세상은 하나의 큰 감옥일지
모릅니다.
돌은 침묵 속에 갇히고,
새는 노래 속에 갇히고,
…………………

아, 그러나 나는
보았습니다. 어느 여름날
이 세상 감옥을 부수는 천둥 벼락을,
장마 끝 먹구름 환히 걷힌
푸른 하늘을,

님이여,
당신의 음성은 우뢰인가요.
그렇다면 나의 감옥을 허물어주세요.
내 말의 문법을 풀어주세요.
나의 감옥은 말이랍니다.

 

 

 



 

 

 

 

 밤 비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

비는 깨어 있는 자에게만
비가 된다.

잠든 흙 속에서
라일락이 깨어나듯
한 사내의 두 뺨이 비에 적실 때
비로소 눈뜨는 영혼.

외로운 등불
밝히는 밤,
소리없이 몇천 년 흐르는 강물.

눈물은
뜨거운 가슴속에서만
사랑이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너무 좋은 당신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하나 둘 밟는데
문득 당신이 보고 싶어집니다

아니, 문득이 아니예요。


어느 때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당신이 보고싶으니까요。


오늘은 유난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 계단을 다 올라가면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얼른 뛰어 올라갔죠
빈 하늘만 있네요。

 

당신 너무 멀리 있어요
왜 당신만 생각하면 눈앞에 물결이
일렁이는지요.

두눈에 마음의 물이 고여서
세상이 찰랑거려요。


그래서 얼른 다시 빈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당신은 거기 나는 여기
이렇게 떨어져 있네요。

나, 당신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햇살 가득한 눈부신 날에도
검은 구름 가득한 비오는 날에도

사람들속에 섞여서 웃고 있을때도
당신은 늘 그 안에 있었어요。

 

차을 타면 당신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구요

신호를 기다리면 당신은 건너편 저쪽에서
어서오라고 나에게 손짓을 했구요。

 

계절이 바뀌면 당신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 알고 있어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당신을 내 맘속에서 지울 수 없으니까요。

 

당신 알고 있나요.
당신의 사소한 습관하나
당신이 내게 남겨준 작은 기억 하나에도
내가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당신은 내 안에 집을 짓고 살아요
나는 기꺼이 내 드리고요。

 

보고 싶은 사람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당신이

이토록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