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월 발간 된 책.
유명 작가의 수필집은 역시 다르다!
우리의 인생은 일기예보과 같다.
수십억의 인간들이 모여서 제 나름대료의 인생을 살고 있다지만,
결국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불행한 두가지 감정의 교차에 지나지 않는다.
궂은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듯이 그 어떤 불행한 사람에게도 반드시 핸복한 때가 다가오기 마련인 것이다
때문에 오늘의 날씨가 바람불고 비가 온다고 해서, 지나치게 근심하거나 슬퍼할 필요도 없으며
오늘의 날씨가 쾌청하고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고 해서, 우산이나 비옷을 없애서는 안될 것이다.
( 인생의 일기 예보, 14쪽)
팔장을 끼고 걷던 날부터
우리는 서로 다정한 젊은 연인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팔짱을 끼고 다닐 때부터 나는 한 여인을 거느린 남자로서 이 여자를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절실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함께 팔짱을 끼고 걷는 길거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32쪽)
팔장은 두 아이를 낳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팔짱의 빗장이 벗겨지자 우리 부부는 함께 길을 걸어도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나란히 걷는 연인 사이에서 동무의 사일 변해버린 것이었다...........
나는 안다. 언젠가는 아내가 내 어깨에 다시 슬며시 팔짱을 끼게 될 것임을.
마치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슬며시 끼워넣듯이.
그날 나는 새신랑으로 다시 애탸어나게 될 것이다
(팔짱을 낍시다. 33 -36쪽)
나이가 들수록 입의 문을 닫고 말의 빗장을 잠궈야 할 것이다.
그 대신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귀의 대문을 활짝 활짝 열어둘 것.
조용한 노인.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은 바록 그것이다.
나는 침묵하는 노인이 나니라 조용한 노인이 되고 싶다.
(조용한 사람. 60쪽)
"인호야"...."나야 나. 학동이야"....
"그래. 그래. 맞았어. 박학동". 순간 나는 열살의 초등학생이 되어 버렸다.
사십여년만에 처음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 녀석은 생김새도 모습도 다 달라졌음에도......
어떤 이해 타산이나 선입견 없는 천진한 동심으로 친구들을 사귀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때 사귄 동무둘이 마음의 한복판 자리에 깊게 각인되어 새겨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낯이 익을 뿐인 것이다.....
"낯 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낮이 익다해서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볼 때는 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연히 들었던 그 말 한마디가 요즘 내 마음 속에...
"아난다야, 눈은 다만 대상을 비출 뿐 보는 것은 마음이니라" 부처의 말은 진실이다.
초등학교 동창생을 본 것은 마음으로 본(見) 것이고 최근에 만난 사람을 본 것은 다만 눈으로 본(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 이는 틀린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
내가 내 이읏을 마음으로 본다면 내 이웃도 나를 마음으로 볼 것이다. 그렇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보라. 78-84쪽)
겸손이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남보다 자기를 낮추는 것은 결코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위선이다
남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낮추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것은
마치 한 표를 얻기 위해서 허리를 굽신거리는 정치꾼과 같을 것이다. 남을 섬긴다는 것도 결코 겸손이 아니다.
우리에게 섬겨야 할 대상이 어디 있으며 우리가 섬김을 받아야 할 만큼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겸손이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 주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만 있다면 바로 이것이 '사랑'이 아닐까.
술 주정꾼 남편이라 해도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것......
남편을 내가 원하는 남편으로 만들기 보다 내가 스스로 남편이 원하는 아내가 될 수 있을 때......
'겸손'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겸손의 길이며,
남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사랑의 길이 아닐 것인가.....
남을 사랑하려 한다면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우선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겸손은 이처럼 사랑을 키우고 기적을 이루는 작은 씨앗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부처가 말하였지만,
무소의 뿔은 코뿔소의 외뿔이 아니라 두개의 뿔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내는 나와 같이 한 쌍을 이룬 두 개의 뿔 중 하나가 아닌가....
부부는 20대에서로 사랑으로 살고, 30대에는 서로 정신없이 살고, 40대에는 서로 미워하며 살고
50대에는 서로 불쌍해서 살고, 60대에는 서로 감사하며 살다가, 70대에 이르러서는 서로 등를 긁어주며 산다"
(단 하나의 친구.140쪽)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가정이야말로 상처받은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의 보루이며
단 하나의 응급실인 것이다. 따라서 가정은 화가 나면 엉엉 울고, 때로는 고함을 지르고 싸우며,
스트레스가 있으면 토해내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격렬한 격전장이지,
그저 조용한 침묵만을 강요하는 정숙한 도서관이 죄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가정이야 말로 지상에 있는 천국입니다. 그러나 그 천국은 격렬한 사랑의 싸움으로 이뤄내야 하는 곳입니다.
조용한 가정은 실상 따지고 보면 천국으로 가장된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예수의 말대로, 가족은 우리들의 가정을 평화롭게 이룩해 야 할 의무를 지닌 평화의 전사들인 것이다.
(평화의 전사)
거짓말에는 '흑색 거짓말'과 '백색 거짓말'이 있다......
자기 자신이 분명히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 저지르는 거짓말이고,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죄의식 없이 저질러지는 거짓말....
목욕탕에서...아들 녀석에게.... '봐라 하나도 안 뜨거워. 아주 시원해"...아들 녀석 그 말 믿고, 첨벙~~
"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구먼"....백색 거짓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죄의식 없는 이 백색...'선의의 거짓말'...그러나 당하는 아들은 아버지와 입장이 다르다.
.....흑색 거짓말은 대부분 비밀의 덫 속에서 영원히 밀봉되기 마련이지만,
내 백색 거짓말에 조금씩 조금씩 불신의 벽돌을 쌓아.............
우리 가족들끼리는 절대 거짓말 하지 말자고 약속하였습니다.
어머니. 아이들이 이 약속을 잘 지킵니다. 몰론 완전히 지키는 것은 아니어서 이따금 통지표도 감추고 그러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서로의 말들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해 주신 '복녀복음'의 제 1장이 요즈음 우리 집의 가훈입니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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