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 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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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영혼의 높고 깊고 외로운 것을 피와 땀과 눈물로 엮기에, 생활이며 행동이며 실천이다.
마음속에 일고 있는 것, 극에 달해 있는 것, 어찌할 수 없는 고통에 들어 있는 것, 이 모두가 갈망으로 애쓰고 있다면
시의 거처(居處)에 머물러도 좋으리라.
별자리에 박혀 불빛도 없이, 신의 숨결이 관통하는 밤의 한 끝에서,
삶의 심연을 향해 필사적으로 자신을 던질 줄 아는 것이 시인이기에,
고단한 생의 이빨자국을 슬쩍 들여다보아도 좋으리라.
화살 하나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파르르 떨 듯,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서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온몸 사랑의 첫 발성처럼, 뺨 붉은 숨결이 무지개로 달아올랐으면 하고 저토록 간구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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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누군가에게 가슴 떨리는 무언가를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게 시(詩)든, 사랑이든, 그리움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
그 떨림에 전염되어 함께 한없이 떨릴 수만 있다면,
이 생(生)이 다 하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마구 떨리면서 깊어질 수만 있다면 ......
비밀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대 내면이 아픔으로 꽉 차서
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하여 선 사람이여.
* 이시영 :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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