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그림

그림속의 그림 감상

쥬 니 2009. 11. 12. 13:29

 

 

The color of the night - Lauren Christy

 

                                                                                        

                                                                                

 

 

<"올랭피아" - 마네>

 

 

"마네의 비너스, 즉 <올랭피아(Olympia)>에 비슷한 포즈로 누워있는 

이 여인을 비추는 빛은 매우 강렬하게 그림의 정면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전혀 부드럽지 않고 마치 여인의 살갗을 두들기듯이 쏟아지는 경솔하고 난폭한 광선,

출처는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 관람객 쪽이다.

요컨대 우리가 바로 광선의 진원지이다.

<올랭피아>의 누드를 열어젖히는 것이 우리의 시선인 셈이다. 

이 뻔뻔스런 나신의 여인을 보기 위해 횃불을 밝히는 자가 바로 우리라는 것,

그림을 보는 순간 이 관음증적 시선의 공모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꿈꾸는데 싫증나면 올랭피아는 잠을 깨고

봄은 얌전한 흑인 메신저의 팔에드려 오네.

낮에 볼 수 있는 감미로운 꽃을 피우려고 사랑의 밤같이,

하녀가 찾아 온다네.

젊고 예쁜 처녀의 가슴에 불이 탄다네."  

 

 

 

 

 

 

그림속의 그림 감상.

 

 

"액자소설" 같은  그림?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끼어든 소설 양식을 흔히 "액자소설"이라 하는데,

그림에도 이런 유형이 있다.

그림 속의 그림(내부 그림)이 그것.

이 그림속의 그림은 '한 지붕 두 가족'식이어서 감상하는 맛이 배가 된다.

주로 배경으로 등장하는 내부 그림을 감상하고,

그 그림과의 상관성 속에서 화가의 심리를 곱씹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내부 그림은 두가지로 나타난다.

자신의 그림이거나 흠모하는 화가의 그림이다.

 

화가가 사랑한 자기 그림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스캔들 메이커'였다.

"풀밭 위의 점심"(1863)과 "올랭피아"(1863)로 물의를 일으킨다.

누드의 여인이 성장을 한 두 남자와 함께 풀밭에 앉아 있는 "풀밭 위의 점심"처럼

"올랭피아"도 벌거벗은 여인이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채 당돌한 눈빛으로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림의 주인공이 신화속의 여성 대신 일반 매춘부라는 점이다.

그때까지 여성 누드는 나체를 이상화하거나 신화 속의 여성이어야 했다.

현실적인 여성의 채취가 풍기는 누드는 금기이었다.

이 그림은 흥미롭게도 "에밀 졸라의 초상"(1867-1868)에 등장한다.

 

<"에밀 졸라의 초상"- 마네 36세 때 28세 에밀 졸라를 그린 초상화

- 이 그림에 "올팽피아"의 사진과 일본의 "우끼요 에" 등.. 걸려 있고... > 

 

 

졸라가 책과 팜플랫이 쌓여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가장 눈에 뛰는 책에 마네의 이름이 보란 둣이 적혀 있고, 배경에는 세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고야가 제작한 동판화와 일본 씨름선수를 묘사한 채색 목판화('우키요예'), 그리고 "올랭피아"다.

왜 마네는 졸라의 초상 속에 "올랭피아"를 그려 놓었을까?

졸라는 모두가 이 그림을 비난할 때, '새로운 시도의 누드'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네는 자신을 옹호해 준 보답으로 이 초상화를 졸라에게 선물했다.

 

이 그림은 덤으로 마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또 마네가 추구한 인상파 스타일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마네는 그림 속에 자신의 그림을 작게 그려 두었지만 크게 그린 화가도 있다.

점묘법의 대가로 통하는 "조르주 쇠라"(1859-1891)가 그랬다.

점묘법은 물감을 팔레트에서 혼합하는 대신 바로 캔버스에 원색의 물감을 점점이 찍어서,

감상자의 눈에서 혼색이 되게 하는 기법이다.

쇠라의 대표작인 "그랑자트 섬의 휴일 오후"(1885)도  점묘법의 산물이다.

 

           < "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쇠라>

 

무수한 색점작이다.

많은 밑그림을 남길 만큼 쇠라는 2년여 동안 이 그림에 혼신의 열정을 바쳤다.

이런 열정은 그의 다른 그림 "포즈를 취한 여인들(1886-1888)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의 배경에 "그랑자트 섬의 휴일 오후"가 큼직하게 등장한다

 

<"포즈를 취한 여인들 - 조르주 쇠라>

  

3명의 누드 모델이 조심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소는 쇠라의 화실이다.

벽에 다수의 쇠라 그림이 걸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그림이 왼쪽 벽 전체를 차지한  "그랑자트 섬의 휴일 호후"다.

쇠라는 이 그림을 벽에 세워져 있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후기 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1848-1903)도 곧잘 자화상에 자기 그림을 그려 넣었다.

"모자 쓴 자화상(1893-1894)에는 "마나오 투파파오"(1892)가,

"황색의 그리스고가 있는 자화상"(1889-1890)에는 "황색의 그리스도"(1889)가

각각 들어 있다.  

 

"마나오 투파파오"는

죽은 이의 영혼과 함께 있는 타이티섬의 원주민 여성을 그린 그림이고,

"황색의 그리스도"는 브레타뉴 지방의 원색적인 가을풍경 속에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등장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명한 윤곽선과 장식적인 색면 분할, 강렬한 색채, 평면성의 강조 등

고갱다운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황색의 그리스도"- 고갱>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서, 내부 그림은 원작고 반대로 되어 있다.

왜냐하면 거울에 비친 그림을 보고 그렸기 때문이다.

그 앞에 고갱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있다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고갱>

  
이들 내부 그림은 고갱이 가까이 두고 아끼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는  또 다른 작품이 들어 있다.

사암으로 만든 얼굴 모양의 도자기 담배통이 그것)

고갱의 자화상은 배경 그림과의 관계속에서 음미할 필요가 있다.

 

화가가 흠모한 일본 그림

 

마네, 쇠라, 고갱은 '자화자찬'을 하듯, 자기 그림을 카메오 출연시켰지만,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나 살바도르 달리 등 일부 화가는

자신이 사랑한 다른 화가의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재해석 하기도 했다.

일종의 그림에 대한 오마주가 되겠다.

고흐의 "탕기 영감" (1887)에는

그가 매료되었던 우키요에 판화가 배경에 도배하듯이 등장한다.

 

                                   <"탕기 영감" - 고흐>

 

미술재료를 파는 화구상이었던 탕기 영감은 당시 많은 화가와 교류했다.

그는 화가들에게 돈 대신 그림을 받거나 외상으로 화구를 주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 덕분에 만난 탕기 영감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가난했던 고흐는 물감값 대신 탕기 영감의 초상화를 그려주곤 했다.

그것도 3점이나,  그 중에 2점이 우키요에를 배경으로 밀짚모자를 쓴 모습인데

이 그림이 그 가운데 1점. 탕기 영감이 마치 부처처럼 앉아 있다.

 

"액자 소설"식 그림에서

내부 그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해당 그림의 의미를 풍요롭게 발효시키는 효모같은 존재이다.

 

 

*  정민영(아트북스 대표)  "Fun Art" 에서... 발췌.

 

         - 09.11.12. 쥬니 -       

 

 

 

'▣ 기타 >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Classic Beauty  (0) 2009.12.17
Richard S. Johnson 의 여인들  (0) 2009.12.08
Ophelia  (0) 2009.11.10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0) 2009.11.06
고흐의 눈빛, 그들에게로  (0)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