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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년의 자세

쥬 니 2018. 6. 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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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man in love / Barbra Streisand






[김상태 칼럼니스트]



100세 시대’란 말이 회자되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사회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장수 사회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8월말 현재 7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인구의 14%에 해당한다. 2000년에 7%이던 65세 이상

고령 인구비율이 17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날로 그 숫자가 늘어나는 고령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급변하는 시대와 고령자의 빠른 증가속도는

화음이 안 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만큼 부자연스럽다.
 
고령자들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 비생산적이다.

△ 복지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 잉여 인간으로 분류된다.

△ 꼴통들이 많다는 것 등일 것이다.
 
여기에서 꼴통이란 말에는 멍청하고 고집이 세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꼴통 즉 멍청이가 되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 주요한 원인이다.

눈과 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추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옛날 사고에 갇히게 된다.
 
거대한 노령집단이 이처럼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게 되면 우리사회의 발전은 그만큼 더디어진다.

『논어』에 나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옛것과 새것의 다리가 끊어진 듯하다.

새것에만 열중하는 젊은 세대는 옛것을 무시하고,

반대로 늙은 세대는 날로 변하는 새것 알기를 포기한 상태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늙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아예 포기해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 단절의 골이 깊다.

그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젊은이를 탓하기 전에

늙은이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변하는 세상을 배워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성이다.”라고 했고,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노인들의 특성 중 하나는 호기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라 호기심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온통 뭐가 뭔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이 그러하듯

삶의 계절에도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겨울인 노년을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보내려면 세상과 보조를 맞춰나가는 자세가 옳다.

그러자면 세상의 변화에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신노인 운동은 사회개조 운동
젊어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해서 지금도 유식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세상을 등지지 않고, 그 속에 사는 사람이 요즘세상을 잘 모른다면 그는 지식인이 아니다.

늙어서 무지하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온 이웃이 긴장하듯이 노인의 무지는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신문과 책을 읽고 컴퓨터를 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문이 열려있는 이곳저곳의 강연장에 다니고,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널리 활용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별로 큰 주문이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이야 말로 새로운 변화의 관문이고 변하는 물결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를 쓰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는 자료도 있다. 
 
체코의 유명한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에서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가 몇 세기 동안 자유를 잃었는데,

자신이 결백하다고 소리칠 수 있나요?”라고 무지를 심하게 꾸짖었다.

노인들도 이런저런 투표를 하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나서 노인교육에 정성을 쏟아야 할 이유다.
 
평생교육기관과 노인복지관, 공공도서관 같은 데서는 더욱 활발하게,

인센티브를 줘가면서라도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늙으면 기초연금을 받고 노인 복지관에서 여가생활을 하거나,

시니어클럽에서 최소한의 소득 활동을 하라는 식의

소극적인 노인복지 정책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이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신노인의 자세


△변하는 세상 공부하기


중국의 현존하는 작가이면서 정치가이고 문필가인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라는 유명한 자서전을 썼다.

그는 여러 가지 직업을 겪었지만 평생 해온 일은 배우는 일이었으니

자신의 대표적인 직업을 학생이라고 규정지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 스스로도 학생이라 자부하고 있다.

늙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래서 나는 Senident(Senior + Student)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늙음이 두려운 것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퇴물로 살아가는 것이다.

늙어서도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우는 재미에 빠지는 것이다.

근육처럼 사람의 뇌도 쓰지 않으면 녹이 슨다.

그러면 점점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치매에도 취약해진다.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 뇌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어느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쥐의 더듬이 기능을 하는 수염을 잘라버렸더니 뇌의 발달이 멈추더라는 것이다.

늙어서도 계속하는 공부는 태도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못잖게

질병예방에 도움을 주어 장수의 비결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미하는 삶 살기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는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는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이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최고라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골고루 찾아다니며 그들과 토론을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미움을 샀다.

시민들이 배심원이 되는 당시의 재판에서

사형해야 한다는 쪽의 배심원이 더 많았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사형판결을 받았다.

너무 출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음미하는 삶이란 하루하루가 계획되고 반추되는 삶을 말한다.

내일 할 일을 오늘 밤에 미리 계획하고 하루가 끝났을 때 일기를 쓰면 도움이 된다.

일기를 쓰다보면 확실히 세월이 천천히 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달, 한 해의 계획에 앞서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매일 얼마간의 글을 써본다는 것이 교양과 정서의 함양에 많은 도움을 준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물처럼,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소용돌이치며 흘러간다.

존재의 주체인 ‘내’ 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무심히 흐르는 세월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경험으로는 일상에서 삶을 음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 생활하고, 일기를 적는 것이다. 
 


△쓸모 있는 사람 되기


노인은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회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더더욱 안 맞는 생각이다.

쓸모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집안일을 돕거나,

병석에 눕기 전까지는 쓸모 있는 존재로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쓸데가 없을 때라도

우리는 아직 쓸모가 있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제도가 좋은 사례다.

병들어 누워서 요양보호사의 보살핌을 받게 되면,

환자는 요양보호사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요양보호사는 그 일의 대가로 급여를 받게 되므로,

환자는 자신이 쓸모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병든 노인도 쓸모 있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 할진대,

아직 건강한 사람이 나이 탓을 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야 될 말인가.

우리 모두는 살아 있음으로 해서 다른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노년을 화양연화(花樣年華)로 만들어야


노년은 청춘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청춘은 젊고 힘차다.

그러나 겪어본 노인들은 안다.

청춘이 겉보기처럼 그렇게 꽃다운 시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성공적인 노화과정을 겪는 고령자들은 노년에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가

삶의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병들어 눕기 전까지는 노년이 인생의 화양연화일 수도 있다.

‘화양연화’란 사자성어는 홍콩의 멜로드라마가 같은 이름으로 크게 히트해,

죽기 전에 봐야 할 1001편의 영화에 랭크됨으로써 유명해졌다.

그리고 세계를 주름잡는 우리나라의 팝그룹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란 앨범 시리즈를 냄으로써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란 뜻이다.
 
노년을 삶의 아름다울 때로 만드는 것은 개개인 각자의 몫이다.

공자는 일흔 나이를 ‘종심(從心)’이라 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더라는 뜻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경구는

삶을 대하는 노년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암시해준다.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것을 익히며,

목표를 정해 나아가고,

쓸모 있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노년생활의 기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