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2

길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쥬 니 2008. 10. 1. 14:08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