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1

시 모음(4)

쥬 니 2017. 5. 2. 13:03

 

 

 

 

 

 

 

 

 

 

 

 

 

 

 

 

 

 

 

 

 

 

 

 

 

 

 

 

 

 

 

 

 

 

 

 

 

 

 

 

 

 

 

 

 

 

 

 

 

 

 

 

 

 

 

 

 

 

 

 

 

 

 

 

 

 

 

 

 

 

 

 

 

 

 

 

 

 

 

 

 

 

 

 

 

 

 

 

 

 

 

 

 

 

 

 

 

 

 

 

 

 

 

 

 

 

 

 

 

 

 

 

 

 

 

 

 

 

 

 

 

 

 

 


 












































































여행 /이진명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여자도 첫키스도 첫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나 눈부신가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 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속의 시계점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안 돌아오는 햇빛, 첫서리 뿌린날의 새벽 새떼

그래서 슬픔과 분노의  흔들림이 뭉친 군단이 유리창 터뜨리고

벗은 산등성을 위돌며 눈발을 흩뿌리던 그것이

흔들리는 자의 빗줄기인 줄은..

없었다 그 이후로

책상도 의자도 걸어논 외투도

계단도 계단 구석에 세워둔 우산도

저녁 불빛을 단 차창도 여행을 가서 안 돌아오고

없었다, 없었다 흔들림이

 

흔들리지 못하던 많은 날짜들을 스쳐서

그 날짜들의 어두운 경험과

홀로 여닫기던 말의 문마다 못을 치고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한다

흔들리지 못하던 나날들의 가슴에 금을 그으면

놀라워라, 그대도 한곳이 찢어지며

시계점처럼 탱 탱 탱 피가 흐른다

 

보고 싶은 만큼, 부르고 싶은 만큼

걷고 걷고 또 걷고 싶은 만큼

흔들림의 큰 소리 넓은 땅

그곳으로 여행 가려는 나는

때로 가슴이 모자라 충돌의 어지러움과

대가지 못한 시간에 시달릴지라도

멍텅구리 빈소리의 시계추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말을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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