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젖가슴 / 정용화
들어본 적 있나요?
바람에도 젖가슴이 있다는 것을
한적한 도로에서
강물을 옆자리에 앉히고
시속 70킬로로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말랑말랑한 바람의 젖가슴이 만져질 거예요
그 바람의 젖을 먹고 풀들이 자라고
침묵 속에 저장되어 있던
상처들을 꺼내 말리면서 꽃잎들이 피어나요
흔들리면서 갈대는 생각이 깊어지고
땅 속에서 감자는 굵어져요
온통 여름을 키우는 것은 바람이예요
이제 옹알이를 시작한 나무의
열매들은 점점 단단해지고
졸음을 털어낸 강물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어요
바람부는 날
유난히 내 젖 몽우리가 단단해진다는 것을
아직도
내가 바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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