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2

그는-정호승

쥬 니 2009. 8. 13. 13:19

 

 

 

 

그 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 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 정 호 승 -





'▣ 글 > 좋은글·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곁으로 가고 싶다   (0) 2009.08.19
비밀을 사랑할거다   (0) 2009.08.14
너를 기다리는 동안..  (0) 2009.08.12
얼굴...  (0) 2009.08.12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0) 200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