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 *
"응"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아닐까요
"응?"하고 물으면 "응!"하고 대답하지요
시인은 그것을 "눈부신 언어의 체위"라고 부르는군요.
가장 간결하면서도
한없는 긍정과 사랑을 꽃 피우는 말.
하나의 손바닥에 또 하나의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말.
손바닥끼리 마주쳐 소리가 나듯 두 마음이 오롯하게 합쳐지는 말.
굳이 배우지 않아도 모태로 부터 익혀 나온 말.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도 심장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말.
이 대답하나로 나란히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
마주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될 수도 있지요.
"응"이란 문자 속에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이응처럼.....
Monde D'Amour(아름다운 사랑)
- Jean Michel Cara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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