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2

바람의 젖가슴 / 정용화

쥬 니 2009. 8. 21. 10:00

 

 

 

 

 

바람의 젖가슴 / 정용화




들어본 적 있나요?

바람에도 젖가슴이 있다는 것을

 

 

한적한 도로에서

강물을 옆자리에 앉히고

시속 70킬로로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말랑말랑한 바람의 젖가슴이 만져질 거예요


그 바람의 젖을 먹고 풀들이 자라고

침묵 속에 저장되어 있던

 

상처들을 꺼내 말리면서 꽃잎들이 피어나요

흔들리면서 갈대는 생각이 깊어지고

땅 속에서 감자는 굵어져요

온통 여름을 키우는 것은 바람이예요


이제 옹알이를 시작한 나무의

열매들은 점점 단단해지고

졸음을 털어낸 강물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어요


바람부는 날

유난히 내 젖 몽우리가 단단해진다는 것을

아직도

내가 바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