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좋은글·시-1
러브 호텔 - 문정희
쥬 니
2008. 11. 25. 14:58
러브 호텔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 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 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 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 호텔에는 지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을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 호텔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