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빠삐용 (1973)
감독 : 프랭클린 J.샤프너
출연 :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먼,

1931년경, 죄수들을 태운 배 한척이 어디론가로 향해 간다.
그 배에는 일명 빠삐용 앙리가 타고 있다.
'빠삐용'은 그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을 뜻하는데,
사실 그는 억울한 누명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썼다

빠삐용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묵살되고, 종신형 선고를 받아 이 배에 태워진 것이다.
배 안에서는 살인과 폭력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그런 위기에서 그는 위조 지폐범 드가를 구해준다.

드가는 많은 지폐를 자신의 항문 속에 감추고 있는 부자지만, 그 때문에
다른 죄수들의 표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둘이 친해지자, 빠삐용은 그에게 자신이 탈주할 의지가 있음을 알린다.
즉 빠삐용은 드가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감옥에 도착한 후에는 사례로 돈을 받기로 한다

감옥에 도착한 이들은 정글 속에서 중노동으로 혹사당한다.
위기일발에 처한 드가를 구해준 빠삐용은 탈출 계획을 세워 1차 탈옥을 시도한다.
하지만 곧 체포되고, 빠삐용과 드가는 2년 동안 비인간적인 지하감옥에 격리 수용되지만
자유를 향한 갈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윽고 구체적인 탈옥 계획을 세운 이들은 다시 실행에 옮긴다.
잠시 탈옥에 성공하여 콜롬비아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수녀장의 밀고로 잡혀 실패한다.

또 다시 격리 수용되어 빠삐용과 드가는 고통스런 독방 생활 5년을 보낸다.
본래 빠삐용은 무죄인데, 자신을 누명씌운 검사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그후로도 계속되는 탈옥 시도가 매번 실패하고, 죄수들은 열악하고
야만적인 감옥 생활에서 하나둘씩 죽어간다.

그래도 빠삐용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백발이 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상 최악의 감옥이라는 '악마의 섬'이다. 거센 파도는 끊임없이 섬 쪽으로 몰려오기 때문에
파도를 빠져나갈 수 없고, 게다가 섬 주위에 상어떼들이 득실대는 섬이다

이 섬에서 빠삐용은 마찬가지로 늙어버린 드가를 다시 만난다.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빠삐용은 다시 탈옥 계획을 세우지만,
이제 드가는 탈옥의 꿈을 함께 하지 못한다.

그래도 인간의 자유라는 본능에 충실한 빠삐용은 벼랑 위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야자열매만이 섬 밖으로 밀려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열매로 만든 구명대를 던지고 탈옥에 성공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보여주는 걸작.
이 영화 <빠삐용>은 실제로 '악마의 섬'에서 탈출한 앙리 샤리에의 자서전을
상당한 제작비로 영화화한 대작.
살인죄 누명을 쓰고 종신형에 처해진 죄수 빠삐용이 최악의 극한 상황에서도
굽힐 수 없는 자유에의 본능과 탈옥의 실천의지를 불태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빠삐용 역에는 명배우 스티브 맥퀸이 맡아 감동적인 열연을 보여준다.
과연 액터스 스튜디오 출신답게 메소드 연기의 대가인 그는 이 영화와 <대탈주>에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 의지의 승리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반면, 결국 주어진 환경에 꺾인 드가 역의 더스틴 호프먼이 펼치는
카멜레온 같은 변신 연기 또한 일품이다.
이들의 우정과 대조적인 마지막은 실존적인 결단의 순간을 심리적으로 치열하게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지하감옥에 격리 수용되어 겪는 독방 생활의 참혹함은 매우 리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일 줄 모르는 열정으로 빠삐용이 최후의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탈옥 이후를 보여주지 않지만,
실제 빠삐용은 그 섬에서 탈출하여 자유인이 되어 살아갔다고 한다.
또한 문제의 그 '악마의 섬'은 남미에 있는 1930년대 프랑스령 기니아 감옥을 말한다